Page 15 - 전주다움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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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 살포시 내려앉은 이른 아침 김정경 시인이 오랜 친구인 표효진 씨와 한옥마을 산책에 나섰다.
선비의글읽는소리들릴듯한전주향교
사람들로 북적이는 한옥마을과는 다른 한옥마을의 풍경이 보고 싶다 면평소보다조금부지런을떨어볼일이다.이른아침의산책은나만 이알고있는,나만이알고싶은사랑하는이의표정이나사소한습관 을 발견했을 때처럼 가슴속에 몽글몽글한 따뜻한 김이 퍼지는 기분이 니까.
아침 햇살이 기와지붕을 비질하고 있는 전주향교에 들어선다. 대문 역할을 하는 만화루를 지나면 공자를 모신 대성전이 보인다. 하지만 만화루에서 열 걸음도 채 벗어나지 못하고 왼편에 놓인 긴 의자 앞에 서 발이 붙들렸다. 은행나무들 사이에 놓인 낡은 나무 의자가 서두르 지 말라고 다독이는 것만 같아서. 그제야 눈치챘다. 향교의 뜰에는 앉 을 곳이 제법 많다는 것을. 배롱나무 아래에도 나무 의자가 놓여 있 고, 산수유나무 밑에도 널찍하고 평평한 돌들이 있다. 이곳에서 글을 읽고, 자신을 반듯하게 세워 줄 문장들을 마음에 새겼을 선비들을 떠 올려 본다.
단청을 입히지 않아 나무의 결과 빛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명륜당에 서 400살쯤 되었다는 은행나무를 마주했다. 어쩐지 여느 은행나무와 달라 보였다. 가지와 가지 사이에 다른 식물들의 씨앗이 움터 자라고 있었다. 갓난아기의 새끼발가락만 한 열매를 가진 배풍등과 어린 느 티나무가가을볕을나눠먹고있다.옆에선친구의등을가만히쓸어 주고 싶어졌다. ‘함께’라는 것은 이렇게나 곱고, 다정한 것이구나, 하 고 말하는 대신.... 인간 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의미의 ‘명륜’. 인간 사회를 밝히는 윤리는 한참 더 배워야 알겠지만, 곁을 내어주고 서로 에게 슬며시 기댈 줄 아는 것이 어쩌면 우리 발밑을 밝히는 지혜일지 도 모르겠다.
닮은듯다른한옥마을골목유랑
한옥마을의 골목은 닮은 듯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스티로폼 상자나 고무통에 상추, 시금치 같은 푸성귀를 화초보다 애지중지 가꾸는가 하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새들을 유혹하는 곳도 있으며, 연보라 의 쑥부쟁이와 흰색의 구절초가 문 앞까지 바투 다가와 마중하는 골 목도 있다. 그중에서도 전주향교와 전주동헌이 마주한 골목길은 호젓 하고 비밀스럽다.
2017년 11월 | 사람을 향한 전주 이야기 전주다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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