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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뉴스

  • [청년뉴스 232호] 비대면 추석의 신풍속도… 올해는 '앱'으로 벌초한다
  • 작성자청년플랫폼

    등록일2021-09-01


  • 전북 전주에서 문중 총무를 맡고 있는 임모씨는 매년 추석을 앞두고 조상님 묘 벌초를 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다.

    직장을 찾아 상경하는 등 고향을 떠나 있는 사촌들과 함께 벌초를 해야 하는데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모임 자체가 힘들어져, 주변에 있는 몇몇 친척만 불러 벌초 작업을 했는데, 일손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임씨는 올해 지역 농협에서 출향민을 대상으로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척들과 상의해 벌초를 맡겨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직접 벌초를 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에 주저했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농협에서 보내 준 벌초 완료 사진을 보고, 또 추석 직전 주말에 선산을 찾아 직접 본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섬세하게 주변 정리가 돼 있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친척 간 모이기 쉽지 않아지면서, 지난해 추석 이후 명절은 집에서 보내는 것이 일반화됐다. 연휴에 고향을 찾기보다는 고향 마을이 붐비는 시기를 피해 명절 전후 잠시 선산만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명절에 제때 고향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조상묘 벌초다. 통상 추석을 앞두고 집안 장정 여럿이 선산 이곳저곳을 돌면서 여름 장마와 무더위로 어른 허리 높이까지 자란 풀을 깎아 왔는데, 올해는 방역 지침상 네 사람이 모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직접 벌초를 해왔던 사람들도 불가피하게 벌초 대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벌초 대행이 새로운 추석 풍속도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향을 떠난 사람이나 고령으로 벌초가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해왔던 농협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서비스 규모를 늘리면서 이용자들의 부담을 덜고, 농가의 소득에도 보탬을 주고 있다.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고, 예초기 등 위험한 장비를 이용해 작업을 해야 하는 벌초는 도시로 떠난 출향민들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조상에 대한 의무라 여기며 직접 해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가 됐다.

    실제 30일 농협에 따르면 벌초 대행 건수는 2019년 1만7,008건에서 지난해 2만4,422건으로 43.6%(7,414건) 늘었다. 올해는 벌초 대행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지역별로 서비스 문의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농협은 올해는 벌초 대행 규모를 코로나19 이전의 두 배 수준인 3만3,000건으로 늘리기로 했다. 벌초 대행에 참여하는 조합 수도 지난해 254개에서 올해 350개로 늘어났다.


    이용자는 '안심'… 농가엔 쏠쏠한 부수입

    농협은 지역 농민회나 청년 조합원 등 젊은 영농인에게 벌초를 맡긴다. 산소 위치 등 지리를 잘 아는 지역 주민이 직접 벌초를 하는 만큼,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믿을 수 있다. 작업 전 사진을 보내 묘 위치를 확인하고, 벌초 후 다시 작업이 완료된 사진을 보내 벌초가 잘 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전북 전주 고산농협을 통해 벌초 대행을 신청한 박모씨는 “병원에서 추석을 보내야 해 벌초가 가장 큰 부담이었는데, 농협에서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산소 위치를 찾아 깔끔하게 벌초 작업을 해줬다”면서 “작업자가 보내 준 벌초 후 사진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묘 1기당 8만~20만 원씩 하는 벌초 대금은 벌초에 나서는 농민에게는 꽤 쏠쏠한 부수입이 될 수 있다. 

    이런 수입은 농민회 같은 조직의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경북 안동농협은 젊은 조합원 조직인 ‘청년부’가 직접 벌초 작업에 나선다. 3명씩 10개 팀이 구성돼 벌초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총 1,150기에서 풀을 벴다. 전남 순천농협은 조합원과 외주업체가 공동으로 묘 1,210기에서 벌초를 진행했다. 농협은 예초기를 빌려주는 등 벌초 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했다.

    농협이 올해 서비스 예정인 'NH농협 벌초대행' 애플리케이션.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은 올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벌초 대행 수요에 대응해 각 지역본부에 ‘벌초 대행 안내 특별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수요자들이 간편하게 벌초를 신청할 수 있도록 ‘NH농협 벌초 대행’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농협이 운영하는 앱은 이용자와 작업자를 직접 연결해 벌초 신청과 작업 관리, 이력 관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해까지는 전화 상담만 진행해 이용자들이 벌초해야 할 선산의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앱을 통해 벌초해야 할 묘가 몇 기인지, 선산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한번 선산 위치를 입력해 놓으면 농협이 관련 데이터를 저장한 뒤, 다음 추석 때는 더 간편하게 벌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자의 과거 벌초 이력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농협은 벌초에 나설 청년 조합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동 작업단을 구성해 벌초 대행에 나선다. 경북 경주 관내 8개 지역농협은 경주시 산림조합,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경주시 연합회와 함께 벌초 대행 추진단을 함께 운영한다. 경남 진주시는 시청 주도로 관내 지역 농협, 산림조합과 손잡고 벌초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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