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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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했더랬다. 선한 기다림. 그 학생과 나는 표현만 다를 뿐 ‘꽃심’을 생명의 근간
으로 보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였던 듯하다.
밥심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하는 배려이다. 한 그릇의 밥으로 오늘을 견디게 하
고 내일을 준비하게 한다. 한 그릇에 담은 위로가 감사를 낳고 감사가 또 다른 사
람을 돌아볼 수 있는 배려를 만든다.
꽃도 그러하다. 꽃은 씨앗을 통해 다시 핀다. 씨앗은 다시 생명으로의 순환을
위해 머뭇거리지 않는다. 겨울을 인내하고 봄을 놓치지 않으며 가을에는 다음을
도모할 줄 안다. 선한 기다림이다. 선한 기다림은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으로
구체화된다. 전주에서의 여정 구석구석이 그러했다.
약속한 시각이 되자 오목교 관광안내소 앞이 잠시 소란스러웠다. 오늘의 해설
을 맡아 주신 분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길을 건너 자만벽화마을로 가기 위해 난
간 위를 걸었다. 난간 중턱에서 멈추신 해설사님이 우선 한옥 지붕을 내려다보라
고 권하셨다. 선명한 청옥이 반짝였다.
다음으로는 방향을 바꿔 전동성당을 가리키셨다. 지붕 위의 십자가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하늘을 나는 새인 양 높은 곳에 닿아 있었다. 좋은 풍
경이라 여기며 당시에는 무심히 발을 돌렸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난 기와
지붕은 <올곧음>을, 전동성당은 <대동>을 이어 주었다.
책에는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한 장의 사진에 같이 담고 있었다. 유교를 건국이
념으로 내세웠던 왕의 흔적과 그 때문에 파란을 겪었던 현장이 공존할 수 있는
곳. 품어주고 역시 품어주어 넉넉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풍남문 성벽을 헐어낸
돌로 성당 주춧돌을 사용했다 해도 복수보다는 포용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전주
의 힘인 것이다. 역시 <대동>의 품은 넓었다.
정치적으로 동학농민혁명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까지를 아낌없이 태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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