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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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동산이지만, 전주 사람들은 그곳을 ‘완산꽃동산’이라고 부른다. 그
곳이 아름다운 것은 겹벚꽃과 철쭉, 아카시아나무, 꽃사과 등 1,500그루
의 꽃나무가 빼곡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완산꽃동산에는 꽃보다 더 아름
다운 사연이 있다. 이곳 나무들은 전주 사람 김영섭 씨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묘 주변에 한 그루 한 그루 꽃나무를 심은 것에서 시작됐다.
그 세월만 40여 년. 나무들이 울창해지자 조경업체 등에서 팔 것을 권했
지만, 그는 전주 시민에게 이 꽃과 나무와 숲을 오롯이 선사했다. 소중한
것을 다른 이들과 흔쾌히 나눌 줄 아는 넉넉한 마음. 이곳 나무들은 꽃보
다 더 고운 마음이 담긴 꽃나무다.
전주의 여름은 생명의 잔치를 흐드러지게 벌이는 것처럼 흥성하다. 자유
로운 여름의 꽃들. 자투리땅마다 다투어 피어나는 앙증맞은 채송화, 봉울
봉울한 봉숭아꽃, 희고 붉은 접시꽃, 새색시처럼 화사한 족두리꽃, 씩씩
한 백일홍, 불타는 칸나, 고가(古家)의 묵은 담을 타고 요요하게 꽃 피는
황적색 능소화 덩굴. 그러나 무엇보다 여름을 무성하게 하는 것은 무너질
듯 검푸른 온갖 나무들의 우거진 그늘이다. 경기전만 해도 그렇다.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성스러운 곳이지만, 시민에게는 그저 산책하기에
그만인 곳. 그곳은 무엇보다 넓은 마당이 있으며, 나무들이 울창하고 밀밀
(密密)하며, 대낮에도 하늘이 안 보일 만큼 가지가 우거져 있기 때문이다.
그 그늘에서는 흙과 풀과 나무와 사람의 냄새가 난다.
한옥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 최명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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