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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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아직도 전주 사람들은
완산에 산다
저 아득한 상고(上古)에 마한의 오십오 개 소국 가운데서, 강성한 백제가
마한을 한 나라씩 병탄해 올 때, 맨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전라도 지역 원
지국(爰池國)의 수도 원산(圓山), 그 완산, 전주. 그리고 빼앗겨 능멸당해
버린 백제의 서럽고 찬란한 꿈을 기어이 다시 찾아 이루겠다고 꽃처럼 일
어선 후백제의 도읍 완산.
그 꿈조차 짓밟히어,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
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
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
_최명희(소설가1947~1998)의 장편소설 『혼불(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