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마을동화책(내 비밀은 이거야)
P. 7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전당포는 경기전 바로 옆 길가에 있었는데 요. 언제 봐도 제법 그럴싸한 일제식 이층집이었지요. 교동에서는 유일한 전당포였답니다. 그래서 일제 소니 라디오에서부터 금반 지, 은반지 등의 귀금속은 물론이거니와 큼지막한 전축까지 없는 게 없었지요.
전당포에 있으면 승환이네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찾 아와 통사정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돼요. 할아버지는 그것을 무슨 자랑거리처럼 여겼지만, 미혜는 달갑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사 람들과 실갱이를 벌일 때마다 마치 자신이 죄를 짓는 것마냥 주눅 이 들곤 했거든요.
“그리서, 너그덜은 언제까정 서울에 머물라고?”
벌써 이 년 전 일이에요. 엄마 아빠가 미혜를 할아버지네 전당포 에 데려다 놓던 일이 말이에요. 서울에서 성냥공장을 하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엄마 아빠는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어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일을 다시 시작하기는 했지만, 미혜는 전주로 내려와 살아야만 했어요.
“어른이 되야가지고 어린 것 너무 기둘리게 해도 못 쓴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