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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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잘못 산 것은 아니었구나, 싶은 안도의 마음. 저 친구에게

               나도 그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 만 마디의 말을 한마디로 압축

               해 놓은 표현이 “참 아심찮네!”이다. 먼저 살피고, 상대가 불편해하기
               전에 배려해 주는 마음. 어떤 존재가 처한 모든 상황을 보듬고 어루만지는

               마음이 전주 사람들의 은근한 정이다.



               걸음마다 만나는 천주교 성지




               전주한옥마을 동남쪽 가파른 산등성이. 우뚝 세워진 십자가가 선명한

               승암산은 ‘치명자(致命者)산’이라고도 불리며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임

               없는 곳이다. 신유년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유항검의 가족 7명이 합장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 함께 묻힌 ‘호남의 사도’ 유항검의 아들과 며느

               리인 유중철·이순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동정부부 순교자다.

               승암산과 중바위로 불리던 이곳에 ‘목숨을 바친 자’라는 뜻의 치명자가

               붙은 것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가톨릭 신자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해발 3백여 미터의 산 정상 암벽에 화강암으로 지어진 산상기념
               성당과 산길을 걸으며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골고타

               십자가의 길’은 짧지만 세상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당과 순례의 길이다.

               전주는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인 윤지충(베드로)과 권상연 (야보고)이 순교한
               곳이며, 그 자리에서 유항검과 그의 동료들도 능지처참 형과 참수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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