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마을동화책(내 비밀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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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혜가 오늘은 왜 이렇게 맴이 싱숭생숭하다냐?”
헌책방 길수 아재가 말을 붙여왔어요. 펼쳐놓은 책장 위에 독사 탕 한 알을 올려놓으면서 말이지요. 길수 아재는 먼 일가뻘 되는 터라 미혜가 오면 언제나 독사탕을 아껴두었다가 한 알씩 내밀곤 했어요.
“너그 어매 아배 소식은 아직이쟈?”
늘 그렇듯 친구 하나 없이 헌책방만 찾는 미혜를 안쓰러이 여겨 묻는 말이었지요.
“아재. 내일 다시 올게요.”
“주조장 간 병만이가 곧 올 팅게 놀다 가지 그러냐?” “아니에요. 학교에서 봤는걸요.”
미혜는 서둘러 헌책방 문을 열고 나왔어요.
마침 미혜와 같은 또래인 병만이가 저만치서 커다란 막걸리 주 전자를 들고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짝달막한 병만이는 키도 크고 두 살 터울이나 되는 승환이하고 제일 친하게 어울리곤 했지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