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마을동화책(내 비밀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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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번화한 만큼 공장이며 다양한 문화, 먹거리들로 늘 복작거렸어 요.
이따금 헌책방 안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같은 재미난 외국 동화책도 읽을 수 있었어요. <혹부리 영감>이나 <콩쥐팥쥐 이야기>도 헌책방에서 읽은 책이에요. 책방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냄새는 서울에 있는 엄마와 아빠를 불러 내려올 것만 같고, 흰 봄 눈 같고, 초여름밤 이팝 꽃잎 같고, 그리움 같고, 꿈처럼 아련해지 기 일쑤였어요.
오늘도 미혜는 헌책방에 들어앉아 <어린왕자>를 찾아 읽기 시작 했어요.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벌써 여러 번째 찾아가 읽는 중이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통 글씨가 눈에 들어오질 않아요.
‘이번 한 번만 봐주시라고.......’
아침에 전당포에 찾아온 승환이 얼굴이 겹쳐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자신 없게 안으로 기어들던 승환이 말소리가 머릿속을 휘저 어놓는 거예요. 장미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부터는 조금 전 동 문 사거리에서 마주친 이모와 ‘승구 씨’도 머릿속에 끼어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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