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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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수많은 종교인과 불의에 저항했던 학생과 시민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그들
          이 억압에 희생당하는 광경을 목도해야만 했던 슬픈 이야기들을 하는데, 무슨 소

          쩍새가 그리도 슬피 울까.
           아! 꽃심이여, 나의 인연이여 슬퍼하지 마시오. 그대는 한밤중에도 한겨울에도

          향기를 내뿜는 꽃이라오. 다른 꽃들은 열흘이 멀다 하고 피어 지지만, 천 년을 피
          어 져본 적이 없잖소. 강풍에도 된 비에도 꼿꼿하게 이겨내는 그 힘이 이슬처럼

          사라지지만은 않았다오. 하나둘씩 개화하는 꽃들을 보시오. 그대가 흘린 눈물이
          사람들의 마음에 잠들어 있던 관용과 포용의 씨앗을 깨웠소.

           안개인지 구름인지 한바탕 지나가고 난 뒤 산 아래 펼쳐진 경치가 그야말로 장
          관이다. 산이 한 번 휘감고, 천(川)이 다시 휘감아, 마치 천혜의 둥지 속에서 흑두

          루미 수백 마리가 비상(飛上)하려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저 광경이 무엇이란 말인
          가? 여보시오 인연이여, 이것도 당신의 재주요?

           용의 비늘처럼 촘촘한 기와들은 고도(古都)의 세월이 써 내려간 붓글씨 획처럼
          곧고 유려(流麗)하며, 기둥과 기둥 사이마다, 각 인방마다 가락과 소리가 스며들더

          니 배어난다. 한양이 임금이 사는 도성(都城)이라면 여기는 신선이 사는 도성(道
          成)일 것이다. 옥구의 쌀과 곰소의 소금이 양분 중의 양분이요, 거름 중의 거름이

          되어 풍요와 여유를 길러냈으니, 이래서 풍류인가?
           변방의 꽃이 국화(國花)가 되어 온 산하가 향내에 진동하고 흥 어린 민족에게는

          감동을 불어넣을 만하다. 오라! 이것이 창신의 시작이로구나. 바야흐로 이 꽃심이
          이 나라의 품이요, 격이 되어 문화민족의 자존심을 세워 놨으니 잘 보존하고 전달

          할 일만 남았구나.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옛 전라감영 터를 백 년 넘게 지키고 선 회화나무가 보

          인다. 감영 터 남쪽으로 풍남문이 굳건히 서 있고, 동으로는 경기전과 전주사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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