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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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선한 완산도서관의 언덕길을, 어르고 달래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문화강
좌에서 시를 배우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 시간이 남으면 도서관 뒤편의 꽃동산에
올라 산책에 나섰다. 그런 날엔 집에 돌아와 꼭 시를 썼다. 글자를 알게 될 무렵부
터는 엄마의 시를 함께 읽곤 했다.
단 한순간도 편한 적이 없는 삶이었다. 어린 시절 그리도 치열하게 살아왔으면
서도 전주에 머물게 되면서부터는 도리어 더 치열해졌다.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삶은 왜 다른 이들처럼 편하지 못한 건지, 물음표가 떠오르곤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늙어버린 엄마의 모습에 모진 소리를 해대며 엄마
의 삶을 재단해왔다.
나의 삶을 반추해본다. 나는 엄마처럼 맏딸이었지만, 맏딸이었기에 엄마처럼 살
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적어도 남들만큼의 삶을 살고 싶었다. 적당한 직업에, 적
당히 분개하며 뒤처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나눌 줄만
알고 정작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의 삶은 참으로 바보 같은 삶이었다고 멋
대로 결론지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전주에서의 삶은 엄마에게 ‘꽃심’이 되었던 것 같다. 엄마는
늘 자신보다 어려운 이를 꽃봉오리처럼 품어내는 삶을 살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
서도 시를 놓지 않으며 마음의 꽃을 피웠다. 때로는 마음에 품은 꽃심을 부여잡으
며, 옳지 못한 일에 분개하곤 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엄
마를 이방인으로 규정했던가? 정작 내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 있고, 어떤 것이 자
라는지도 모르는 채로. 결국,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떠올린 엄마의 삶이 전주에서
나고 자란 나의 시간보다 전주에 더 가까웠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주는 엄마를 길렀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당장 내일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버텨가던 엄마에게 전주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알려주었다. 이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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